스토리1

[스크랩] 군화...그리고 곰신

논깡 2008. 12. 1. 20:18

 

 

 

 

 

그 남자

 

 

나 군대 오고 난 후에 알게 된 열 가지

 

하나 , 눈은 나쁘다.

함박눈일수록 나쁘다

그녀와 팔짱 끼고 눈 맞을 땐 천사의 설탕 가루였지만

허리 휘게 삽질하는 지금 눈은 악마의 비듬이다.

 

둘 , 컴퓨터는 없어져도 된다.

하지만 우체국은 없어지면 세상이 끝난다.

 

셋 , 전화국도 없어지면 세상이 끝난다.

특히 콜렉트콜 제도는 정말 위대하다.

 

넷 , 그녀의 글씨가 생각보다 참 엉망이다.

밖에선 이메일이나 문자 메세지만 주고 받았으므로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다섯 , 편지에서도 열이 난다.

그녀의 편지를 품고 자면

핫팩을 품은 것 보다 훨씬 더 뜨뜻하다.

 

여섯 , 나도 편지란 걸 쓸 줄 안다.

초등학교 때 위문 편지 이후 십여년 간 한 통도 쓰지 않던 편지

하지만 지금은 틈만 나면 편지를 쓴다.

 

일곱 , 그리움과 간절함은 비슷하고도 다른 감정이다.

부모님은 그립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간절하다.

 

여덟 , 나한테도 눈물이 있다.

훈련소 둘쨋날 밤. 부모님 생각 , 여자친구 생각에 찔끔 찔끔 울었다

미치게 보고 싶어서.

 

아홉 , 보고 싶어 미치겠다는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열 ,  나 진짜 그녀 없이 살 수 없다.

 

 

 

 그 여자

 

 

그를 군대에 보내고 난 후 알게 된 열 가지

 

하나 , 군인은 아저씨가 아니였다.

군인은 우리 귀여운 여보였다.

 

둘 , 우리 동네 우체부 아저씨는 참 훌륭하신 분이다.

 

셋 , 그분이 우체통 비워 가는 시간은

오후 2시 그리고 우편물을 배달하는 시간은 오전 11시

아 , 진작 이걸 알았더라면 핸드폰 요금 때문에

쫓겨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넷 , 시중에 유통되는 편지지는

너무너무 비싸다

할말많은 고무신에게 3통보낼수있는가격이 우표까지1750원

한달에 보내는 편지는 10통이 넘는다.

 

다섯 , 군복 입은 남자는 어지간하면 다 멋있다.

 

여섯 , 장거리 연애 커플들의 투정은 단언컨대 모두 엄살이다.

힘들 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것 자체만도 얼마나 행복한 건데 ..

 

일곱 , 나 그동안 친구들에게 너무 소홀했다.

 

여덟 , 이젠 눈이 싫다.

눈은 무조건 나쁜거다.

우리 여보 눈때문에 고생하는거 생각하면

겨울을 없애버리고싶다.

 

아홉 , 그도 보고 싶단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난 한때 무뚝뚝한 그 남자가 깡통 로봇인 줄 알았다.

 

열 , 기다림은 참 어렵다.

하지만 견뎌 낼 수 밖에 없다.

 그 사람 없인 살 수가 없으니까...

출처 : 군화...그리고 곰신
글쓴이 : 현석♥현아(663)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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