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나 군대 오고 난 후에 알게 된 열 가지
하나 , 눈은 나쁘다.
함박눈일수록 나쁘다
그녀와 팔짱 끼고 눈 맞을 땐 천사의 설탕 가루였지만
허리 휘게 삽질하는 지금 눈은 악마의 비듬이다.
둘 , 컴퓨터는 없어져도 된다.
하지만 우체국은 없어지면 세상이 끝난다.
셋 , 전화국도 없어지면 세상이 끝난다.
특히 콜렉트콜 제도는 정말 위대하다.
넷 , 그녀의 글씨가 생각보다 참 엉망이다.
밖에선 이메일이나 문자 메세지만 주고 받았으므로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다섯 , 편지에서도 열이 난다.
그녀의 편지를 품고 자면
핫팩을 품은 것 보다 훨씬 더 뜨뜻하다.
여섯 , 나도 편지란 걸 쓸 줄 안다.
초등학교 때 위문 편지 이후 십여년 간 한 통도 쓰지 않던 편지
하지만 지금은 틈만 나면 편지를 쓴다.
일곱 , 그리움과 간절함은 비슷하고도 다른 감정이다.
부모님은 그립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간절하다.
여덟 , 나한테도 눈물이 있다.
훈련소 둘쨋날 밤. 부모님 생각 , 여자친구 생각에 찔끔 찔끔 울었다
미치게 보고 싶어서.
아홉 , 보고 싶어 미치겠다는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열 , 나 진짜 그녀 없이 살 수 없다.
그 여자
그를 군대에 보내고 난 후 알게 된 열 가지
하나 , 군인은 아저씨가 아니였다.
군인은 우리 귀여운 여보였다.
둘 , 우리 동네 우체부 아저씨는 참 훌륭하신 분이다.
셋 , 그분이 우체통 비워 가는 시간은
오후 2시 그리고 우편물을 배달하는 시간은 오전 11시
아 , 진작 이걸 알았더라면 핸드폰 요금 때문에
쫓겨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넷 , 시중에 유통되는 편지지는
너무너무 비싸다
할말많은 고무신에게 3통보낼수있는가격이 우표까지1750원
한달에 보내는 편지는 10통이 넘는다.
다섯 , 군복 입은 남자는 어지간하면 다 멋있다.
여섯 , 장거리 연애 커플들의 투정은 단언컨대 모두 엄살이다.
힘들 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것 자체만도 얼마나 행복한 건데 ..
일곱 , 나 그동안 친구들에게 너무 소홀했다.
여덟 , 이젠 눈이 싫다.
눈은 무조건 나쁜거다.
우리 여보 눈때문에 고생하는거 생각하면
겨울을 없애버리고싶다.
아홉 , 그도 보고 싶단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난 한때 무뚝뚝한 그 남자가 깡통 로봇인 줄 알았다.
열 , 기다림은 참 어렵다.
하지만 견뎌 낼 수 밖에 없다.
그 사람 없인 살 수가 없으니까...
'스토리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희귀사진(6.25때 비행기) (0) | 2008.12.02 |
---|---|
파레토의원리..20:80------ (0) | 2008.12.02 |
[스크랩] Re:그날 (신문기사 중에서) (0) | 2008.11.22 |
[스크랩] 瑞雪 이 내립니다..그것도 함박눈이 내린다구요... (0) | 2008.11.20 |
[스크랩] 시월의 마지막 날에.. ^ ^ (0) | 2008.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