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다락방 향수

논깡 2006. 8. 23. 20:23
 

ㅡ 다락방 향수 ㅡ



헤진 양말 뒤꿈치에 구멍이 나서

색깔틀린 천 쪼가리로 기워 신고 다니던

유년시절이었습니다. 


그 해 겨울

전세방 두어 칸

천정과 맞닿은 초라한 다락방 하나

쪽창에 별빛 느지막이 내려앉던 우리 집 제일 높은 곳

반 쪼가리 다락방에서

떠돌뱅이 바람 콧잔등을 건들려 목젖 시리던 밤.

 

빨간 카시미론 담요 한 장으로 넉넉했던 유년의 겨울

천정을 수없이 달음박질하던

쥐새끼들의 찍찍대던 소리 맞닿아

귀 쫑긋 세워 어림셈으로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헤아려 보며

유담프 따뜻한 온기 시린 발목 감아오던 다락방에서

늦은 밤 무거운 눈꺼풀 내려 앉을 때 까지

동생에게 이야기 하나 들려줍니다.



'플란다너스의 개' 슬픈 동화 이야기였습니다

네루로 소년이 그토록 갈망하며 보고파 했던

어느 교회의 찬연한 루벤스그림 아래서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질 못하고

영리한 개 피트라셰의 품안에서

숨을 거두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슬그머니 눈물 적시던 동생의 어린 눈망울에

별빛 하나 박혀 들던 밤

나의 여린 마음도 그 슬픈 장면 떠올라

몰래 소리 없이 울먹였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또 흘러

빈 마음에 칼바람 이는 오늘

회색빛 도시에서 앓고 있던, 어려웠던 지난 시절의

곰팡내 나는 다락방 추억 하나

속절없는 향수로 다가 옵니다.


         - 미루 -



출처 : 다락방 향수
글쓴이 : 김미루 원글보기
메모 : 우리네 감성을 한것 자극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