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 힘이 난다.
오랫만에 버스를 타고
외출할 일이 생겼다.
조용한 시간대라 좌석도 텅텅 비었고
좋은 자리 골라잡아
편하게 앉아서 가는데
어느 횟집앞에 커다란 항아리가
[사랑의 쌀독]이란 이름표를 달고
덩그마니 앉아 있었다.
"저렇게 쌀 모아서 어디로 갈지
어떻게 아누.
복지 기관으로 가기도 전에
어디로 증발 하겠지."
이렇게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는데
쌀독 뒤 유리문에 씌인 글귀가
눈에 띄었다.
"넉넉하신 분들은 가득 채워 주시고
어려우신 분들은 가득 덜어 가십시오.."
순간 밀려드는 수치심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물론 불우이웃 돕기 사업의
비리가 많긴 하지만
이렇게 가슴 따스한 이야기가
더 많은 것을
사회의 어두운 면만 떠 올린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뉘신지 그 쌀독을
그 자리에 앉혀둔 분에게
고개숙여 존경과 사죄를 표시했다.
비록 마음으로지만....
오늘 밤 횟집 영업이 끝나고
인적이 드물 무렵이면
어떤 마음 따스한 이들이
항아리를 채우고
어떤 어려운 이웃들이
항아리를 비우고
대신 감사의 마음을
가득 채울 것이다..
가슴이 따스해지는 날
아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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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직은 살만한 세상...
메모 : 채워놓는 넉넉함과 비워주는 고마움이 이 사회에 뿌리내리면 진정 살만한 세상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