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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계33천

논깡 2016. 6. 28. 18:20
글쓴이 : 마승희
조회 : 2,810  
사마천이 사기에서 한 '구천인지제 통고금지변 성일가지언(究天人之際 通古今之變 成一家之言)' 이라는 말이 이번 중간고사에 나왔습니다. 이는 사람과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을 살펴 옛일과 현재의 변화를 알고 자신만의 영역 ․ 생각 ․ 언어를 이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말입니다. 이 때 여기서 이를 주도하는 것이 '사람'과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람'이라는 것은 여기서 人을 말하는 것이며,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은 天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이라는 것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며,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것' 즉, 天은 사람을 둘러싼 환경을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天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해석의 소지가 많은 글자입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해석의 소지가 많은 만큼, 각 나라나 사상마다 '하늘'이라는 것을 달리 이르는 말이 많습니다.

그 중 교수님께서 피드백 시간에 잠시 언급하셨던 33천이라는 것이 있는데, 절에 다니는 분이라면 한 번 쯤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불교에서 28계 33천이라는 말 중에 '33천'에서 나온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33천이라는 말 때문에 서른 세 개의 하늘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33천이란 도리천의 다른 명칭이며, 하늘 역시 33천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天이라고 하는 것은 육도윤회의 5가지 세계(loka), 즉 지옥, 축생, 아귀, 아수라, 인간계를 제외한 욕계의 6천(사천왕천, 도리천, 야마천, 도솔천, 화락천, 타화자재천), 색계의 18천(범중천, 범보천, 대범천, 소광천, 무량광천, 광음천, 소정천, 무량정천, 변정천, 무운천, 복생천, 광과천, 무상천, 무번천, 무열천, 선견천, 선현천, 색구경천), 무색계의 4천(공무변천, 식무변천, 무소유천, 비상비비상천)을 이르는 말이며, 이를 28계라고 합니다. 이 중 도리천(忉利天)은 숫자 33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Trayastrimsa의 음을 옮긴 것으로, 욕계의 2천에 해당되는 하늘입니다. 수미산 꼭대기에 제석천(帝釋天)의 궁궐을 중심으로 하여 4방에 여덟 하늘나라(八天)가 있어 모두 33천이라고 한다고도 하며, 사방에 각기 여덟개의 성이 있고 가운데에 도리천왕(제석천)이 사는 성이 있어, 이렇게 33개의 성으로 이루어진 하늘나라이므로 그렇게 부른다고도 합니다.

이와 같은 28계 33천은 단순히 인도의 세계관, 불교의 세계관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석되기는 하지만, 조선시대 과거시험에서 문과 합격자 정원을 33명으로 정한 것이나, 3.1 운동 때 민족대표 33명, 보신각에서 재야의 종을 칠 때 이 도리천에 사는 사람들처럼 국민들이 한 해 건강하기를 기원하며 33번 타종하는 것 모두 여기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비록 다른 곳에서 발생한 사상의 일부이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 알게 모르게 우리 삶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을 살펴 옛일과 현재의 변화를 알고 자신만의 영역 ․ 생각 ․ 언어를 이룬다'라는 말에서의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말 그대로 '하늘'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天이라는 글자 그 자체에는 자연 현상으로서의 하늘도 존재하지만, 인격체이며 절대자로서의 하늘도 존재하며, 혈연이나 지연 또는 학연과 같은 인간 주변의 환경이라는 의미 역시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33천은 딱 잘라 자연 환경으로서의 하늘이라고도, 그렇다고 인격체로서의 하늘이나 환경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하늘로서의 의미로 존재해 왔고 믿어왔기 때문에 하늘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