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MB정부의 여론조작 행동대장이었다”
한겨레 | 입력 2011.04.12 15:30 | 수정 2011.04.12 21:00
[한겨레] 윤희구씨 "불리한 여론 일 때마다 청와대가 직접 선동 부탁해"
김석원 행정관이 보는 앞에서 다음 '아고라' 등에 글 남기기도
청와대의 지시로 정부에 유리한 신문 광고를 냈다고 폭로한 윤희구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 의장이 추가 폭로에 나섰다.
윤 의장은 8일 < 한겨레 > 기자와 만나 "김석원 시민사회비서관실 행정관이 청와대에 불리한 여론이 일 때마다 보수 시민단체에 부탁해 대응을 선동해왔다"고 주장했다. 윤 의장의 주장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세종시, 미디어법, 용산참사, 촛불시위 등 주요 현안에 개입해 왔다. '인터넷 여론 대응','기자회견과 신문광고','인권 단체 항의에 대한 물리적 대응' 등의 주문을 보수단체에 직접해온 것이다. 청와대가 국민의 목소리를 수렴하기보다 정부 편향적인 여론을 만들려고 직접 행동했다는 주장이어서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윤 의장은 "보수단체가 2009년 벌인 '노무현 전 대통령 재산 640만달러 국고환수 운동'은 김 행정관의 부탁으로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는 2009년 6월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받은 640만 달러를 국고에 환수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장은 이 기자회견에 대해 "김석원 행정관과 친분이 있는 한재욱 전국환경단체협의회 대표가 내게 지시해 벌인 일인데 이 '오더'는 김 행정관이 내린 것이다"고 주장했다.
윤 의장은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한 < 오마이뉴스 > 보도에 대해 김 행정관이 직접 '인터넷 대응'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9년 < 오마이뉴스 > 가 '엠비가 노무현을 죽였다'는 식의 보도를 하자 김 행정관이 바른민주개혁시민모임 사무실을 갑자기 찾아와 '긴급하다. 이거 큰 일났다. 빨리 맞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며 '온라인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 반박여론 작업을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윤 의장은 김 행정관이 보는 앞에서 < 오마이뉴스 > 와 다음 < 아고라 > 등에 직접 글을 남겼으며, 지인들에게 연락해 댓글달기를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윤 의장은 김 행정관의 지시로 국가인권위원회에 항의하는 진보적인 인권단체 시위를 방해하는 데도 개입했다고 밝혔다. 윤 의장은 "2009년 7월 21일 인권단체의 반발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취임식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자 김 행정관이 전화를 걸어와 대응을 주문했다"며 "미리 인권위에 도착해 있던 김 행정관과 상의해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말싸움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윤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찬성하는 일간지 신문광고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의장은 8일 < 한겨레 > 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광고 외에도 청와대의 부탁으로 보수단체들이 일간지에 광고를 내왔고 '비용 일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부담했다'는 이야기를 한 보수단체의 대표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윤 의장은 또 김 행정관이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 보도의 홍보를 부탁'하며 윤 의장에게 보내온 문자메시지도 < 한겨레 > 에 공개했다.
그는 2009년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를 섭립해 의장을 맡아 대구와 서울 등을 오가며 이명박 정부 지지활동을 벌여왔다. 최근 정부가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내리고 '백지화 결정 찬성' 신문광고까지 나오자 그는 정부에 등을 돌려 "청와대가 여론조작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윤 의장은 < 한겨레 > 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청와대 여론조작의 행동대장으로 활동한 게 부끄럽다"며 "아이들을 생각해 양심선언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가 더 이상 여론을 조작하는 일에 개입하지 말고 국민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의장이 주장한 내용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 한겨레 > 는 여러 차례 김 행정관과 연락을 시도했다. 9일 윤 의장 휴대전화에 입력된 김 행정관의 전화번호로 건 첫 통화에서 김 행정관은 "회의가 있어 나중에 통화하자"고 한 뒤 전화기를 꺼놨다. 이후 이틀동안 20여통의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고, 문자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한재욱 전국환경단체협의회 대표는 < 한겨레 > 와의 통화에서 "윤 의장을 만난 지 2년도 넘어 잘 모르고, 윤 의장이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있다"고 답변했다.
윤 의장이 '여론 조작' 의 배후로 직접 거론한 김석원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 행정관은 이명박 대통령지지 모임인 선진국민연대 대외협력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다음은 윤 의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일문 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당신은 지난 달 29일과 1일 한 일간지에 전국환경단체협의회 명의로 실린 '신공항 백지화는 타당한 결정이었다는' 내용의 광고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가 뭔가.
=지금까지 청와대는 중요한 국책사업 논란이 있을 때마다 친정부 성향의 단체를 동원해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활동을 해왔다. 세종시, 미디어법, 용산참사, 촛불 시위 관련 논란이 벌어졌을 때 모두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일의 중심에서 활동했었다.
"김석원 청와대 행정관, 청와대에 불리한 여론 일 때마다 부탁"
-당신이 청와대로부터 바로 연락 받고 행동한 적은 없나.
=드물긴 하지만 몇 차례 있다.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 김석원 행정관이 보수 단체에 행동을 지시하면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내가 움직였다. 녹색미래실천연합의 한재욱 홍보기획실장이란 분이 있다.(전국환경단체협의회 대표이기도 함) 한 실장이 청와대 김석원 행정관과 아는 사이다. 김 행정관이 한 실장에게 뭔가 지시하면, 한 실장의 지시가 단계를 거쳐 나에게 내려오곤 했다.
"녹색미래실천연합은 박영준 차관이 지원하는 친정부 단체"
-어떤 단계를 거쳤다는 것인가.
=나는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 단체는 사실 이름만 있는 '유령 시민단체'라고 보면 된다. 녹색미래실천연합은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 등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친정부 단체다. 녹색미래실천연합이 전면에 나서면 정치색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대신 하게 했다. 나는 일종의 행동대장이었다. '어용단체'의 종이대표였을 뿐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행정관 보는 앞에서 < 아고라 > 등에 반론 댓글 달아"
-당신이 청와대를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한 게 무엇인 지 말해 달라.
=인터넷 여론 선동 등이 주 업무였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 사무실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 오마이뉴스 > 가 '이명박의 정치보복이 노무현을 죽였다'고 보도(2009.5.25)를 했다. 이날 김석원 행정관이 느닷없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김 행정관이 "긴급하다. 이거 큰 일 났다. 빨리 맞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며 "온라인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 반박여론 작업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때 내가 < 오마이뉴스 > 에 회원으로 가입해 '오마이 사장이 미쳤다'는 내용으로 글을 썼다. '관폭도'라는 필명으로 다음 < 아고라 > 에도 글을 남기고 내가 아는 사람을 총 동원해 비슷한 글을 남기도록 했다. 모두 김 행정관이 보는 앞에서 한 것이다.
< 오마이뉴스 > 가 내 회원계정과 글 쓴 시점을 확인해 보면 내 말이 거짓말인 지 아닌 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겨레 > 는 실제 윤 의장이 거론한 < 오마이뉴스 > 기사 등에 남겨진 댓글을 살펴보았다. 윤 의장이 말한 대로 '관폭도'라는 이름으로 십여차례 이상 "오마이뉴스가 노무현의 죽음을 장사에 이용한다"는 등의 댓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윤 의장은 이어 김석원 행정관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도 보여주었다. 문자메시지에는 '안녕하세요 네이버 각계 원로 세종시 논란 국익 우선해야 연합뉴스 기사입력(2010.01~10) 홍보 부탁드립니다. 인터넷. 구전' 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정부에 이로운 기사를 홍보해달라는 내용이다. 윤 의장은 "중요한 국책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이런 식의 문자를 김 행정관이 직접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종류의 문자메시지를 더 보여달라고 요구했으나 윤 의장은 "보관하고 있는 게 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국가인권위 건물로 들어갔다"
-온라인 홍보활동 외에 또 무엇을 했나.
=몸으로 움직이는 일도 했다. 2009년 7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인권단체의 반발로 취임식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던 때가 있었다. 한재욱 실장과 내가 국회 앞에서 '친정부 시위'를 벌이고 시위에 동원했던 사람들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김석원 행정관이 한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김 행정관이 "현 위원장 취임식에 문제가 생겼으니 그 쪽으로 이동해 목소리를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바로 인권위로 달려가자 인권단체 사람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다. 원래 우리는 인권단체에 맞서 시위를 하려고 했는데 현장에서 김 행정관과 상의해 취소하고, 대신 취임식장으로 올라가 인권단체 사람들과 말싸움을 벌였다.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있어 쉽게 국가인권위원회 건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날 취재된 영상들을 검색하면 내 모습도 많이 나올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산 국고환수 운동도 청와대 부탁받아 한 일"
=청와대는 보수단체를 앞세워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도 했다. 내가 대표로 있는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가 2009년 6월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받은 640만 달러를 국고에 환수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연 적 있다.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는 이를 수행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다. 이 기자회견은 한재욱 실장이 나에게 주문해서 하게 됐는데 김석원 행정관이 한 실장에게 '오더' 를 준것으로 알고 있다. 한 실장은 내게 "김석원 행정관이 이 기자회견을 청와대에 보고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 실장과 김 행정관은 한 몸통이다.
"'전경련이 정부편 드는 신문광고 비용 대줬다' 들어"
-청와대가 정부에 우호적인 신문광고를 조직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민생명존중운동본부가 '자살방지캠페인' 광고를 신문에 실은 적 있다. 노 전 대통령에 우호적인 여론의 확산을 막기 위한 광고였다. 약 1000만원의 광고비가 들었다. 이 광고비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마련해줬다고 이 광고를 조직한 사람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전경련과 청와대가 무슨 관련이 있나.
=일개 시민단체가 어떻게 전경련으로부터 1000만원 광고비를 받겠나. 청와대가 힘을 쓰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김석원 행정관이 늘 보수단체의 움직임을 조직하는 데 중심에 있었나.
=내가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만 보아도, 정황상 그렇게 추정하는 게 무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김 행정관에게 주요 업무는 시민사회단체와 소통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에 우호적인 여론을 선동하고 조작하는 일인 것 같았다.
윤 의장은 김 행정관과 가끔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라고 했다. 그는 김 행정관의 태도를 보면 청와대가 시민단체를 어떻게 대하는지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원래 직업은 무엇인가.
=공예품 조각가다.
-어쩌다 보수단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인가.
=2007년 대선 때 이명박을 지지했다. 이 대통령은 도덕성 면에서 비판을 받는 인물이지만 경제 하나만큼은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2008년 5월 촛불시위가 벌어지면서 곤란에 처하는 모습을 보고 다음 < 아고라 > 에 글을 남겨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활동을 벌였다.
2008년 여름 어느 날 녹색미래실천연합 창립을 준비하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오더라. "정부를 위해 함께 행동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한재욱 실장과 김석원 비서관을 알게 된 것이다.
"청와대를 위한 여론조작 활동에 개입했던 것이 부끄럽다"
-지금 이런 내용을 폭로하는 이유가 뭔가.
=지난 연말부터 '내가 지금 뭘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정작 지역의 사회적 약자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청와대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게 모순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청와대가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하고 '신공항 백지화 결정이 옳다'는 신문광고를 조직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청와대가 보수단체를 이용해 또 여론조작 행위를 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양심선언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내 행동들이 부끄럽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청와대를 위한 여론조작 활동에 개입했던 것이 부끄럽다.
-청와대가 지금도 보수 시민단체를 조종하고 있다고 보나
=예전에는 다 조종했다. 그러나 이제 못한다고 봐야 한다. 보수 단체 일부가 4·27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위해 움직이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나처럼 정부에 등을 돌렸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주지 않을 거다.
-청와대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이렇게 국민여론을 조작하고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면 안된다. 이건 소통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정부 성향 단체들마저도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윤 의장에게 "청와대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어떡하겠냐"고 물었다. 그는 두 가지를 대답했다. "김석원 행정관은 절대 나를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설사 고소가 들어와도 국민은 누가 진실을 얘기하는 지 알 것이라고 믿는다."
대구/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김석원 행정관이 보는 앞에서 다음 '아고라' 등에 글 남기기도
청와대의 지시로 정부에 유리한 신문 광고를 냈다고 폭로한 윤희구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 의장이 추가 폭로에 나섰다.
윤 의장은 "보수단체가 2009년 벌인 '노무현 전 대통령 재산 640만달러 국고환수 운동'은 김 행정관의 부탁으로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는 2009년 6월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받은 640만 달러를 국고에 환수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장은 이 기자회견에 대해 "김석원 행정관과 친분이 있는 한재욱 전국환경단체협의회 대표가 내게 지시해 벌인 일인데 이 '오더'는 김 행정관이 내린 것이다"고 주장했다.
윤 의장은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한 < 오마이뉴스 > 보도에 대해 김 행정관이 직접 '인터넷 대응'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9년 < 오마이뉴스 > 가 '엠비가 노무현을 죽였다'는 식의 보도를 하자 김 행정관이 바른민주개혁시민모임 사무실을 갑자기 찾아와 '긴급하다. 이거 큰 일났다. 빨리 맞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며 '온라인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 반박여론 작업을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윤 의장은 김 행정관이 보는 앞에서 < 오마이뉴스 > 와 다음 < 아고라 > 등에 직접 글을 남겼으며, 지인들에게 연락해 댓글달기를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윤 의장은 김 행정관의 지시로 국가인권위원회에 항의하는 진보적인 인권단체 시위를 방해하는 데도 개입했다고 밝혔다. 윤 의장은 "2009년 7월 21일 인권단체의 반발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취임식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자 김 행정관이 전화를 걸어와 대응을 주문했다"며 "미리 인권위에 도착해 있던 김 행정관과 상의해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말싸움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윤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찬성하는 일간지 신문광고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의장은 8일 < 한겨레 > 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광고 외에도 청와대의 부탁으로 보수단체들이 일간지에 광고를 내왔고 '비용 일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부담했다'는 이야기를 한 보수단체의 대표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윤 의장은 또 김 행정관이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 보도의 홍보를 부탁'하며 윤 의장에게 보내온 문자메시지도 < 한겨레 > 에 공개했다.
그는 2009년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를 섭립해 의장을 맡아 대구와 서울 등을 오가며 이명박 정부 지지활동을 벌여왔다. 최근 정부가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내리고 '백지화 결정 찬성' 신문광고까지 나오자 그는 정부에 등을 돌려 "청와대가 여론조작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윤 의장은 < 한겨레 > 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청와대 여론조작의 행동대장으로 활동한 게 부끄럽다"며 "아이들을 생각해 양심선언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가 더 이상 여론을 조작하는 일에 개입하지 말고 국민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의장이 주장한 내용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 한겨레 > 는 여러 차례 김 행정관과 연락을 시도했다. 9일 윤 의장 휴대전화에 입력된 김 행정관의 전화번호로 건 첫 통화에서 김 행정관은 "회의가 있어 나중에 통화하자"고 한 뒤 전화기를 꺼놨다. 이후 이틀동안 20여통의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고, 문자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한재욱 전국환경단체협의회 대표는 < 한겨레 > 와의 통화에서 "윤 의장을 만난 지 2년도 넘어 잘 모르고, 윤 의장이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있다"고 답변했다.
윤 의장이 '여론 조작' 의 배후로 직접 거론한 김석원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 행정관은 이명박 대통령지지 모임인 선진국민연대 대외협력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다음은 윤 의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일문 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당신은 지난 달 29일과 1일 한 일간지에 전국환경단체협의회 명의로 실린 '신공항 백지화는 타당한 결정이었다는' 내용의 광고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가 뭔가.
=지금까지 청와대는 중요한 국책사업 논란이 있을 때마다 친정부 성향의 단체를 동원해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활동을 해왔다. 세종시, 미디어법, 용산참사, 촛불 시위 관련 논란이 벌어졌을 때 모두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일의 중심에서 활동했었다.
"김석원 청와대 행정관, 청와대에 불리한 여론 일 때마다 부탁"
-당신이 청와대로부터 바로 연락 받고 행동한 적은 없나.
=드물긴 하지만 몇 차례 있다.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 김석원 행정관이 보수 단체에 행동을 지시하면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내가 움직였다. 녹색미래실천연합의 한재욱 홍보기획실장이란 분이 있다.(전국환경단체협의회 대표이기도 함) 한 실장이 청와대 김석원 행정관과 아는 사이다. 김 행정관이 한 실장에게 뭔가 지시하면, 한 실장의 지시가 단계를 거쳐 나에게 내려오곤 했다.
"녹색미래실천연합은 박영준 차관이 지원하는 친정부 단체"
-어떤 단계를 거쳤다는 것인가.
=나는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 단체는 사실 이름만 있는 '유령 시민단체'라고 보면 된다. 녹색미래실천연합은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 등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친정부 단체다. 녹색미래실천연합이 전면에 나서면 정치색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대신 하게 했다. 나는 일종의 행동대장이었다. '어용단체'의 종이대표였을 뿐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행정관 보는 앞에서 < 아고라 > 등에 반론 댓글 달아"
-당신이 청와대를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한 게 무엇인 지 말해 달라.
=인터넷 여론 선동 등이 주 업무였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 사무실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 오마이뉴스 > 가 '이명박의 정치보복이 노무현을 죽였다'고 보도(2009.5.25)를 했다. 이날 김석원 행정관이 느닷없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김 행정관이 "긴급하다. 이거 큰 일 났다. 빨리 맞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며 "온라인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 반박여론 작업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때 내가 < 오마이뉴스 > 에 회원으로 가입해 '오마이 사장이 미쳤다'는 내용으로 글을 썼다. '관폭도'라는 필명으로 다음 < 아고라 > 에도 글을 남기고 내가 아는 사람을 총 동원해 비슷한 글을 남기도록 했다. 모두 김 행정관이 보는 앞에서 한 것이다.
< 오마이뉴스 > 가 내 회원계정과 글 쓴 시점을 확인해 보면 내 말이 거짓말인 지 아닌 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겨레 > 는 실제 윤 의장이 거론한 < 오마이뉴스 > 기사 등에 남겨진 댓글을 살펴보았다. 윤 의장이 말한 대로 '관폭도'라는 이름으로 십여차례 이상 "오마이뉴스가 노무현의 죽음을 장사에 이용한다"는 등의 댓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윤 의장은 이어 김석원 행정관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도 보여주었다. 문자메시지에는 '안녕하세요 네이버 각계 원로 세종시 논란 국익 우선해야 연합뉴스 기사입력(2010.01~10) 홍보 부탁드립니다. 인터넷. 구전' 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정부에 이로운 기사를 홍보해달라는 내용이다. 윤 의장은 "중요한 국책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이런 식의 문자를 김 행정관이 직접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종류의 문자메시지를 더 보여달라고 요구했으나 윤 의장은 "보관하고 있는 게 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국가인권위 건물로 들어갔다"
-온라인 홍보활동 외에 또 무엇을 했나.
=몸으로 움직이는 일도 했다. 2009년 7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인권단체의 반발로 취임식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던 때가 있었다. 한재욱 실장과 내가 국회 앞에서 '친정부 시위'를 벌이고 시위에 동원했던 사람들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김석원 행정관이 한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김 행정관이 "현 위원장 취임식에 문제가 생겼으니 그 쪽으로 이동해 목소리를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바로 인권위로 달려가자 인권단체 사람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다. 원래 우리는 인권단체에 맞서 시위를 하려고 했는데 현장에서 김 행정관과 상의해 취소하고, 대신 취임식장으로 올라가 인권단체 사람들과 말싸움을 벌였다.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있어 쉽게 국가인권위원회 건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날 취재된 영상들을 검색하면 내 모습도 많이 나올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산 국고환수 운동도 청와대 부탁받아 한 일"
=청와대는 보수단체를 앞세워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도 했다. 내가 대표로 있는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가 2009년 6월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받은 640만 달러를 국고에 환수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연 적 있다.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는 이를 수행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다. 이 기자회견은 한재욱 실장이 나에게 주문해서 하게 됐는데 김석원 행정관이 한 실장에게 '오더' 를 준것으로 알고 있다. 한 실장은 내게 "김석원 행정관이 이 기자회견을 청와대에 보고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 실장과 김 행정관은 한 몸통이다.
"'전경련이 정부편 드는 신문광고 비용 대줬다' 들어"
-청와대가 정부에 우호적인 신문광고를 조직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민생명존중운동본부가 '자살방지캠페인' 광고를 신문에 실은 적 있다. 노 전 대통령에 우호적인 여론의 확산을 막기 위한 광고였다. 약 1000만원의 광고비가 들었다. 이 광고비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마련해줬다고 이 광고를 조직한 사람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전경련과 청와대가 무슨 관련이 있나.
=일개 시민단체가 어떻게 전경련으로부터 1000만원 광고비를 받겠나. 청와대가 힘을 쓰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김석원 행정관이 늘 보수단체의 움직임을 조직하는 데 중심에 있었나.
=내가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만 보아도, 정황상 그렇게 추정하는 게 무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김 행정관에게 주요 업무는 시민사회단체와 소통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에 우호적인 여론을 선동하고 조작하는 일인 것 같았다.
윤 의장은 김 행정관과 가끔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라고 했다. 그는 김 행정관의 태도를 보면 청와대가 시민단체를 어떻게 대하는지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원래 직업은 무엇인가.
=공예품 조각가다.
-어쩌다 보수단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인가.
=2007년 대선 때 이명박을 지지했다. 이 대통령은 도덕성 면에서 비판을 받는 인물이지만 경제 하나만큼은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2008년 5월 촛불시위가 벌어지면서 곤란에 처하는 모습을 보고 다음 < 아고라 > 에 글을 남겨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활동을 벌였다.
2008년 여름 어느 날 녹색미래실천연합 창립을 준비하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오더라. "정부를 위해 함께 행동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한재욱 실장과 김석원 비서관을 알게 된 것이다.
"청와대를 위한 여론조작 활동에 개입했던 것이 부끄럽다"
-지금 이런 내용을 폭로하는 이유가 뭔가.
=지난 연말부터 '내가 지금 뭘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정작 지역의 사회적 약자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청와대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게 모순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청와대가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하고 '신공항 백지화 결정이 옳다'는 신문광고를 조직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청와대가 보수단체를 이용해 또 여론조작 행위를 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양심선언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내 행동들이 부끄럽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청와대를 위한 여론조작 활동에 개입했던 것이 부끄럽다.
-청와대가 지금도 보수 시민단체를 조종하고 있다고 보나
=예전에는 다 조종했다. 그러나 이제 못한다고 봐야 한다. 보수 단체 일부가 4·27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위해 움직이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나처럼 정부에 등을 돌렸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주지 않을 거다.
-청와대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이렇게 국민여론을 조작하고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면 안된다. 이건 소통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정부 성향 단체들마저도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윤 의장에게 "청와대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어떡하겠냐"고 물었다. 그는 두 가지를 대답했다. "김석원 행정관은 절대 나를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설사 고소가 들어와도 국민은 누가 진실을 얘기하는 지 알 것이라고 믿는다."
대구/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